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를 넘어 문화와 역사, 세계관을 담고 있는 복잡한 체계입니다. 번역가들은 단어와 문장을 옮기는 것만이 아닌, 한 문화에서 다른 문화로 의미를 전달하는 문화 중개자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번역가들은 종종 문화적 맥락의 차이로 인한 다양한 난관에 부딪힙니다. 이 글에서는 전문 번역가들이 실제로 겪는 5가지 주요 문화적 번역 어려움을 살펴보겠습니다.
1. 문화 특정적 관용어와 속담
모든 언어에는 그 문화만의 특별한 경험과 역사에서 비롯된 독특한 표현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관용어와 속담은 단순히 단어 대 단어로 옮길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번역 난제 사례:
- 한국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 영어로는?
- 영어 "It's raining cats and dogs" → 한국어로는?
- 프랑스어 "avoir le cafard" (문자 그대로 '바퀴벌레를 가지다'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우울하다'라는 의미)
번역가의 해결책:
- 대상 언어에서 유사한 의미의 표현 찾기
- 문자 그대로의 번역 + 설명 추가
- 의미를 살려 전혀 다른 표현으로 대체
한 베테랑 번역가는 "관용어를 번역할 때는 단어가 아닌 그 표현이 담고 있는 감정과 상황을 번역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2. 언어적 유머와 말장난
유머는 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특히 언어적 특성에 기반한 말장난이나 유머는 번역하기 가장 어려운 요소 중 하나입니다.
번역 난제 사례:
- 영어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농담 (Why don't scientists trust atoms? Because they make up everything.)
- 일본어 '駄洒落(다자레)' 말장난
- 한국어 '아재개그'
번역가의 해결책:
- 대상 언어에서 유사한 효과를 내는 새로운 말장난 창작
- 유머의 문화적 맥락 설명 추가
- 때로는 포기하고 다른 유머로 대체
"유머의 번역은 과학보다 예술에 가깝다"라고 한 영화 자막 번역가는 말합니다. "완벽한 동등성을 추구하기보다 비슷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3. 사회적 위계와 경어체계

언어마다 사회적 관계를 표현하는 방식이 크게 다릅니다. 특히 한국어, 일본어와 같이 복잡한 경어체계를 가진 언어에서 영어와 같은 상대적으로 평등한 언어로 번역할 때 많은 정보가 소실됩니다.
번역 난제 사례:
- 한국어의 '-습니다', '-요', '-해', '-해라' 등 다양한 종결어미
- 일본어의 '敬語(게이고)', '謙譲語(켄죠고)' 등 복잡한 경어 체계
- 태국어의 자기 지칭 대명사(성별, 나이, 관계에 따라 다름)
번역가의 해결책:
- 대화 맥락 속에서 관계성 묘사 추가
- 이름이나 직함 활용으로 관계 명시
- 대화 톤과 단어 선택으로 공식성 수준 조절
"한국 드라마 번역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존댓말과 반말의 전환이 주는 미묘한 관계 변화를 영어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 OTT 플랫폼 번역자는 토로합니다.
4. 문화적 참조와 대중문화 요소
모든 사회는 자체적인 문화적 참조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외부인에게는 난해할 수 있습니다. 현지인들에게는 자명한 문화적 참조가 다른 문화권 독자에게는 전혀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번역 난제 사례:
- TV 프로그램, 광고 슬로건, 유명인 관련 언급
- 특정 시대적 사건이나 경험에 대한 참조
- 지역 특정적 브랜드나 상품명
번역가의 해결책:
- 타겟 문화에 상응하는 참조로 대체
- 간략한 설명 각주 추가
- 문화적 참조 없이도 의미가 통하도록 일반화
"문학 번역에서 중요한 것은 독자가 원작의 문화에 발을 담글 수 있게 하면서도, 너무 많은 낯선 참조로 혼란스럽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한 문학 번역가는 설명합니다.
5. 문화적 금기와 예민한 주제

각 사회는 다른 가치 체계와 금기를 가지고 있어, 한 문화에서 일반적인 표현이 다른 문화에서는 부적절하거나 심지어 모욕적일 수 있습니다.
번역 난제 사례:
- 종교적 표현과 참조
- 성적 표현과 유머
- 정치적으로 민감한 용어와 역사적 사건
번역가의 해결책:
- 문화적 감수성을 고려한 완화된 표현 선택
- 필요시 클라이언트와 상의하여 방향 결정
- 문화적 맥락 설명 추가
"번역가는 때로 원문의 불편한 진실을 전달해야 하는 윤리적 책임과, 대상 문화의 감수성을 존중해야 하는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라고 한 국제기구 번역가는 말합니다.
번역가들이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전략
전문 번역가들은 이러한 문화적 장벽을 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활용합니다:
- 양문화 몰입: 원천 언어와 대상 언어 문화 모두에 깊이 몰입하여 이해도 향상
- 지속적인 문화 업데이트: 최신 트렌드, 밈, 문화 현상 지속적 학습
- 전문가 네트워크 활용: 특정 문화적 맥락에 대해 원어민 전문가 자문
- 창의적 적응: 완벽한 등가성보다 유사한 효과를 내는 창의적 대안 모색
- 독자 중심 접근: 최종 독자층의 지식과 배경을 고려한 번역 전략 수립
마무리

번역은 단순히 언어 간의 전환이 아닌, 문화와 문화 사이의 다리를 놓는 작업입니다. 완벽한 번역은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문화적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번역가들 덕분에 우리는 다른 문화의 이야기와 지식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번역가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는 글로벌 시대에, 단순한 언어 전문가를 넘어 진정한 문화 중재자로서 서로 다른 세계관을 연결하는 필수적인 다리 역할을 합니다. 그들이 마주하는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읽는 번역물을 더 깊이 감상하고, 다양한 문화의 풍요로움을 더 풍부하게 경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 번역가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